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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카즈의 영겁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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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꾼 목록 === '''{{{+2 2024년 7월 FILE #1 - [[님프(명일방주)|님프]]}}}''' ||<tablewidth=500><tablebgcolor=#fff,#2d2f34><bgcolor=#cd4242><color=#fff,#ddd><colkeepall> '''{{{+1 신생대의 아이디어}}}[br]Everyday New Ideas''' || ||혹자는 이를 반역이라 칭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늘 반역이나 다름없다.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1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이야기? 아니면 예측?'' ---- 님프는 이 장소를 잘 알고 있다. 이번 이야기 속의 카즈델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겹겹이 쌓인 주거지가 늘어서 있었고, 기와와 벽돌 하나하나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이야기 속 충돌을 극복한 후, 님프는 고민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이 이야기를 떠났다. …… 역시 카즈델이고, 역시 익숙한 환경이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님프가 민가에서 무너진 잔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한 살카즈가 폐허를 치우고 있었는데, 비명횡사한 동료를 잡동사니에서 꺼내 불로 태우면서, 겸사겸사 동료가 지니고 있던 값나가는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님프는 잠시 동안 슬픔을 느꼈지만, 이것은 그녀가 겪은 무수한 이야기의 한 부분일 뿐이기에 사소한 부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 에르망가르드의 스승에 의해 위령 의식에서 쫓겨난 후, 님프는 서둘러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어쨌든 그녀는 카즈델을 떠나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가기 전에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기에. 분주한 와중에 그녀는 한 '익숙한' 건물을 지나쳤다. 갑자기 그녀는 무언가 생각났다. 그녀는 눈앞의 건물로 뛰어들어, 기억을 따라 그 민가를 향해 달려갔다. 1층, 2층, 3층, 복도를 지나 방문을 두드렸다. '죽은 자'는 의아해하며 방문을 열었고, 님프는 좁은 틈새를 통해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던 살카즈를 보았다. “우리 집에 문제가 있다고?” 문을 연 살카즈는 바보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엄숙한 표정의 님프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그런 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해, 디얄? 이곳이 낡고 오래된 데다, 안전하지 않다는 건 다들 알지. 하지만 그게 어쨌다고? 쇳조각과 동전만 충분했어도, 누가 이런 곳에 살고 싶어 하겠어?” “여기는 정말 위험하다고!” 님프는 할 말을 떠올리며, 머릿속에서 당시 그녀가 '보았던' 형상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망자의 손…… 부서진 벽돌…… 무너진 벽…… 부러진…… 대들보?! “내 말을 믿기 힘들겠지만, 그건 상관없어. 하지만 대들보를 한 번 봐줄래? 너의 침대가 대들보 바로 아래에 있으니, 만약 그게 부러진다면 방 전체가 그대로 무너져 생매장당할 거라고!” “정말 정신 나갔군…… 이봐, 쇠몽둥이, 너도 들었지? 어서 올라가 봐. 안 그랬다간 여기 이 디얄이 우리 문을 부숴버릴 거 같으니까.” 여전히 의심이 간다는 말투였지만, 결국 살카즈는 동료를 재촉해 대들보를 살펴보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세상에, 대들보에 반쯤 금이 갔잖아! 그 늙은 가고일이 우리에게 방을 내줄 때 이런 이야긴 한마디도 한 적 없는데.” “*이해할 수 없는 살카즈 욕설*.” 문 앞의 살카즈는 내뱉을 수 있는 가장 악독한 말로 전 집주인을 저주하고는, 바로 웃는 낯으로 님프에게 돌아섰다. “고마워, 디얄 친구. 자네가 내 목숨을 구해줬구먼. 그런데 우린 만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우리 집에 문제가 있는 걸 안 거지?” “어…… 음…… 사이클롭스 친구가 한 명 있거든.”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2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사이클롭스의 계획.”'' ---- “정말로 그 의식에서 참상을 보았고, 그 참상이 발생하는 걸 막았다고요?” “정말이라니까, 에르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거죠? 당신이 그 사건의 전모를 본 것도 아니고, 어쩌면 살인이었을지 누가 알겠어요? 어쩌면 그 살카즈 동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 있었지만 그 참상이 발생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잖아요?” “그게…… 내 직감이 두 사람 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그렇다면 당신의 디얄로서의 직감을 믿겠습니다. 그래서요?” “아직도 모르겠어, 에르미? 만약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선조들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면, 그건 미래를 체험하고 자신을 위협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나요, 님프……” “잘 알고 있어. 에르미, 너는 이게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생각 안 해?” “당신 아무래도 틴맨 씨가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잊은 모양이네요. 그가 중계자 역할을 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끼리만 의식 공간에 그렇게 깊숙이 들어가면 뇌가 몽땅 타버릴 거라고요. 그건 레버넌트이지, 지하에서 파낸 소원을 이뤄주는 만능 기계 같은 게 아니에요.” “하지만……” “백 번 양보해서, 당신이 선생님을 설득해 다시 용광로 핵심 구역을 열어 레버넌트와 소통을 재개한다고 한들, 잠재의식을 이용해 당신이 예측하거나 피하고 싶은 일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그건 당신이 디얄이라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시도해 보는 것도 안될까?” “단념하길 권장하죠.” “알았어……” “……하지만 선조들과 소통만 하고 싶을 뿐이라면, 제게 방법이 있어요.” “고마워, 에르미! 역시 에르미가 최고야!”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3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다시 소통.'' ---- 인기척도 없는 깊은 밤, 기계의 굉음마저 멈춰 선 도시는 깊은 잠에 빠졌지만, 영혼 용광로와 각 중계 용광로는 여전히 빛과 열을 발산하고 있었다. 님프와 에르망가르드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변두리 구역의 중계 용광로를 찾았다. 두 사람은 소형 의식용 제단을 설치하고, 조각상 하나를 제단 중앙에 올린 뒤에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때를 기다렸다. 잠시 후, 먼 곳의 영혼 용광로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혼 용광로가 각 중계 용광로에 에너지를 보내는 신호로, 용광로 시스템이 카즈델 전체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론상 레버넌트들도 그 사이를 지나다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님프는 레버넌트를 부르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태웠고, 에르망가르드는 가공된 위령 의식 주문을 계속 외우고 있었다. 용광로는 밝아졌다 어두워지며, 이 지역의 심장으로서 에너지를 펌프질해 도시의 수많은 가구에 전달한다. 에르망가르드가 주문을 다 외웠고, 님프의 인사 또한 화염을 통해 중계 용광로에 전달되었다. 그녀들은 기다렸다. “레버넌트들이 응답하지 않는다 해도 그것 또한 정상이에요. 모든 중계 용광로는 지어질 때 이런 가능성을 고려했거든요. 토석의 아이는 전문적인 아츠로 건축 자재를 보강해 영혼의 힘이 조금도 새어 나오지 않게 했어요.” “에르미……” “무슨 일이죠?” “영혼 용광로가 동력로로 바뀌면 선조들은 어디로 보내지는 거야?” “으음…… 선생님께서 제게 알려주신 적은 없지만, 선조들은 머리를 잘 굴리니, 한가해졌다고 해서 화로 안에 웅크리고 평생을 보내진 않겠죠.” “만약에,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야, 선조들이 중계 용광로 안에서 오고 가는 살카즈들에게 인생들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러면 보름도 안 돼서 온 도시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제가 원망스럽다며 비명을 지르겠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당신처럼 언제나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선조들의 성격상 하루 동안 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것저것 질문받는 것도 바라지 않을 거고요.” “맞아…… 미안해, 에르미…… 내가 또 귀찮게 했네.” “아니에요, 이것도 새로운 주문을 실험할 기회거든요, 저도 즐거워요.” “주문은 성공했어?” “아닌 것 같아요.” 또다시 빛이 깜빡이고, 또다시 펌프질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레버넌트를 빙의시키기 위해 제단 중앙에 올려놓은 조각상만 쓰러졌을 뿐. 님프는 그것을 주워서 먼지를 털고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다. 그 직후, 그녀는 문득 무언가 깨달았다. “에르미!” “무슨 일인가요, 저는 지금 레버넌트들이 우리 신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주문을 조정해야 하나 생각 중이라 바쁜데요.” “조각상의 손, 자세가 바뀐 거 같지 않아?” 그 조각상은 에르망가르드가 출발 전에 선반에서 대충 가져온 것으로, 그 손은 원래라면 하늘을 가리켜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님프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쩌면 레버넌트들이 왔지만,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걸지도?” 에르망가르드는 두 장의 종이에 각각 '예'와 '아니오'를 적어 조각상 앞에 두고는 질문을 던졌다. “레버넌트 선조님이신가요?” 조각상은 한 손으로 에르망가르드를, 다른 한 손으로는 '예'라고 쓰인 종이를 가리켰다. “성공한 거야?” “아마 성공한 것 같아요…… 이 정도의 소통은 아마 안전할 테니, 위협받을까 겁낼 필요는 없어요.” 분노를 표현하려는 듯, 조각상의 두 손이 모두 에르망가르드를 향했다. “그럼 물어본다?” “예, 어서 물어보세요.” “선조님들, 제발 내 질문에 대답해줘……” “내가 위령 의식의 힘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님프가 질문을 한 순간, 그녀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긴 한숨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한 줄기 바람이 불며 조각상이 몇 번 흔들리더니, '아니오'라고 쓰인 종이 위로 쓰러졌다. || }}}}}}}}} || ---- '''{{{+2 2024년 8월 FILE #2 - [[머드락]]}}}''' ||<tablewidth=500><tablebgcolor=#fff,#2d2f34><bgcolor=#cd4242><color=#fff,#ddd><colkeepall> '''{{{+1 카즈델로 데려가 줘}}}[br]Bring Me to Kazdel''' || ||남을 기꺼이 도와주는 그녀는 누구를 돕던 개의치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1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저 '중력 무시 장치'를 꺼내 올 사람이 아무도 없어? 진짜로?”'' ---- “정말이지, 내가 토석의 아이는 수도 없이 봐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토석 같은 녀석은 너야.” 내가 이곳을 가리키자, 그 소리가 곧바로 따라와 정정해 줬다. “어디지?” “머리! 아무리 내가 몸이 없어서 손짓도 할 수 없다지만, 상황을 보고 짐작은 할 수 있어야지! 그게 바로 상상력 아니냐!” 두텁고 무거운 작업복 속에서 머드락은 손을 뻗어 파이프의 내벽을 만지면서, 동시에 속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계산하며 최적의 절단 지점을 찾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고함을 지른 것은 레버넌트, 즉 오래된 살카즈 선조였다. 이 선조의 말에 따르면, 그는 머드락과 '인연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머드락 본인의 느낌에 따르면, 확실히 님프 일행의 의식에서 이 선조를 만난 뒤부터는 매번 대용광로에 진입할 때마다 상대의 목소리가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레버넌트 본체는 영혼 용광로 속 슬래그에 들러붙은 채, 도시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자신을 불사르고 있었다. 머드락은 높으신 분들의 화를 불러올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용광로의 화염 속에서 그 슬래그를 거두고 싶진 않았기에, 이 목소리를 해결할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너희가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중에서 네가 상상력이 가장 빈곤한 녀석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지. 이 용광로의 진짜 힘조차 이용할 수 없다니, 너도 참 비참하구나.” “우리가 중계 용광로에서 집안까지 연결해 준 덕분에 매일 따뜻하잖아.” “그까짓 에너지는 부산물에 불과해! 너도 봤잖아, 이 용광로는 무언가를 바꿔 나타낼 수 있다는 걸! 너의 상상력만 있으면 된다고! 자, 예전의 그 의식을 해봐, 내가 시범을 보여줄 테니.” “네가 말하는 대로 하면 만족하겠나?”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머드락은 그때의 의식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의식을 다시 재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단을 복제하고, 의례를 재현하는 것. 리치의 주인 같은 거물은 그녀에게 이런 실력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오…… 성공했군, 느껴진다, 아주 좋아. 자, 으흠, 날 따라 말해 봐. 살카즈들이 텅 빈 방으로 들어갔다.” “살카즈들이 텅 빈 방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님프 일행이 매번 이곳에서 이야기를 하던 때처럼, 용광로 안에서 환영을 만드는 주술은 바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파이프의 금속 내벽과 오리지늄 전등이 머드락의 시야 속에서 사라지며, 주위는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이어서 말해. 하얀빛이 살카즈들이 있는 방을 밝게 비추었다.” 머드락이 말하자 방 안에 정체 모를 하얀 빛이 나타나 구석구석을 밝게 비추었다. “……정말 신기하군, 지난 200년간 여기서 우리가 바비큐를 할 때를 제외하면 이런 일은 없었는데. 크흠, 이제 말해보거라. 무얼 원하느냐?” “돌아가서 일하고 싶다. 아미야가 이번 주 안에 이 파이프를 폐쇄해 달라고 했거든.” 방 안의 환영이 눈에 띄게 몇 번 반짝이더니, 곧이어 허공에서 레버넌트의 성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좀 맞춰주면 덧나냐! 에휴!” “잘 들어, 나는 너랑 같이 실험을 하나 하고 싶다. 모두 다 카즈델을 위해서라고!” “……그렇군. 최대한 빨리 해줘.” “이제 날 따라……아니, 나도 시험해 봐야겠군. 이렇게 네가 나한테 묻는 거야. 자, 나한테 '무얼 원하느냐'라고 물어봐.” 그래, 어쩌면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레버넌트는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무얼 원하느냐?” “흥, 어디 보자……” “총, 엄청 많은 총.” 그러자 방에는 순식간에 대량의 총으로 가득 찼고, 머드락도 총에 파묻혀 버렸다.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2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우화였다면 지금쯤 사라졌겠지. 하핫! 그러니까 이건 우화가 아닐 거야.”'' ---- “머드락, 오늘은 일찍 왔네, 크라우니가 놀러 와서 이야기 중이었……” 대장을 맞이하러 나온 동료가 말을 하다 말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옷은, 어떻게 된 거야?” “재산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변상.” 옆에 있던 동료가 평소 쓰던 손짓을 보였다. 이건 소대원과 머드락이 오래전에 정해놓은 것으로, '뭔 말인지 모르겠다'라는 뜻이었다. “작업할 때 다른 사람이 작업복을 망가뜨렸다. 이 옷은 그에 대한 변상이고.” “머드락, 무슨 일이야아아아아악!!” “흥분하지 마, 크라우니. 아니, 아니다, 넌 좀 흥분해야겠네.” 흥분 안 하면 그게 크라우니겠냐. 내심 그렇게 생각한 머드락의 대원이 눈치껏 길을 비켜주자, 거창하게 차려입고도 여러 끼는 굶은 것처럼 보이는 살카즈 여성이 바로 잽싸게 머드락 앞으로 달려와 새 옷을 자세히 살펴보고 쓰다듬었다. 바로 '크라우니 맨틀 엘리건스 엑스트라오디네어', 그들과 친한 이웃이자 무직 재봉사였다. “이 윤곽! 이 재질! 디자인은 올드하지만, 아니, 클래식하지만!” “빅토리아 정장이라면 역시 이래야지, 나 완전 감동했어!” “하지만 이 카라는 솔직히 너와 어울리지 않아, 머드락. 소매 길이도 맞지 않고. 음…… 손바느질 흔적은 없는데, 기계로 한 건가? 그럼 이건 기성복인가? 이걸 변상이라고 했다고? 기성복이라니! 너무 성의 없잖아!” 머드락은 조용히 서서 크라우니의 평가가 끝나길 기다리려 했지만, 크라우니가 정말 쉴 새 없이 떠드는 탓에 집 안의 동료들도 하나하나 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즉, 컬럼비아인의 그 양동이 같은 디자인은 역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고마워, 고마워 여러분!” 머드락 소대원들은 장난삼아 박수를 쳤다. “다들 들어가자.” 머드락이 제안했다. 갑자기 피로를 느낀 그녀는 앉고 싶었다. “머드락.” “응?” “실용성을 중시하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이 기성복은 네 평소 업무에서 그리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네게 상기시켜야겠어.” “작업복……” 크라우니는 지금까지 이 옷을 입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머드락이 놀란 상태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옷은 바로 몇 시간 전에 레버넌트가 용광로 안에서 그녀에게 '만들어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할 수 없이 두터운 작업복에서 벗어난 후에야 동산처럼 쌓인 크고 작은 총무더기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음…… 틴맨이 설명한 모습과도 다르고, 아무래도 나 혼자서는 의식을 취소할 수 없는 거 같은데.” 머드락은 대답할 틈도 없이 헉헉대며 주술 의식의 초점을 찾아 이야기를 끝냈다. 시야가 한바탕 흔들리더니, 이내 주위가 점점 파이프 안 모습으로 돌아왔다. 방금까지 환영이었던 총 몇 자루도 여전히 제자리에 놓여 있었지만, 그에 반해 머드락이 벗은 작업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하, 역시 남아있는 게 있구나! 주술 의식이 우리의 상상, 이야기와 맞물리고, 거기에 다른 무언가가 더해질 수 있다면 실재하는 것으로 변해서 나타날 수 있는 거야!” “님프는 그것이 일종의 착각이고, 환상이라고 했다.” “됐어, 이것들은 너희가 파이프 안에서 만나는 그 커다란 벌레 같은 거야, 착각이 아니라고.” “어쨌든 다음엔 이걸…… 음, 네가 산크타의 물건을 갖고 나가게 할 수는 없겠구나. 이렇게 하자. 우리가 코트를 만들 테니, 네가 그걸 입고 나가는 거야. 그러면 결국 그게 환상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 “만약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생각해 봐, 카즈델의 영혼 용광로는 소원을 이뤄주는 기계가 되는 거라고! 물론 주술에 이런저런 문제야 있겠지만, 적어도 작은 케이크로 바꿔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 거 아냐. 이것만 해도 어디야!” 작업복이 없으면 남은 작업을 마칠 수 없는 머드락은 바로 선조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선조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녀를 용광로에서 돌려보냈다. 모두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데, 머드락은 생각을 기억에서 떠나보내며 되뇌었다. “……나한테 예비용이 있어…… 그리고 그 점에 대해 말인데…… 너희들?” “왜?” 다들 입을 모아 말했다. “혹시 오리지늄 아츠로 먹을 것을 만들어내면, 너희는…… 먹을 수 있겠어?”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3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봤지? 이게 바로 캔디의 도시 카즈델의 아이스크림 용광로야. 자, 이제 나를 저 안으로 던져줘. 똑바로 던져야 돼.”'' ---- “어때?” 머드락은 파이프 안으로 돌아가 예전에 끝내지 못한 작업을 계속했고,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를 맞이했다. “아침에 나갈 때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레버넌트가 흥미진진해했다. “아하! 역시 내가 관찰한 게 틀리지 않을 줄 알았다니까! 이제 너도 봤잖아, 다음에는 용광로 안에서 뭘 바꿔서 꺼내야 할까?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아니면 카즈델에 뭐가 필요하지? 적어도 우리가 어제 말했던 자동차에 실린 케이크나 파울비스트 튀김 같은 건 바깥 사람들도 분명 필요로 할 거 아냐! 어서, 어서 상상해 봐!” “하지만 쓸모없다.” “……어째서!” 머드락에겐 익숙한, 실망해서 생떼를 부릴 준비를 하는 목소리였다. “다들 아미야가 이 일을 알아야 한다길래, 찾아가 상의했었다.” 아미야의 장황한 설교 때문에 오늘의 진도는 늦어지겠구나 하며 머드락은 속으로 몰래 탄식했다. “아미야도 예전에 실험해 봤지만, 용광로의 환영으로 만든 것은 오직 며칠 동안만 남아있을 수 있는 데다가, 원래 이곳에 없던 물건은 용광로 안에서처럼 작동할 수도 없다고 했지.” “……크라우니도 예전에 용광로에서 몰래 꺼낸 것을 계속 먹어보려고 했다더군. 그제야 크라우니가 왜 그렇게 말랐는지 알 수 있었지.” “후우……” 낙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시 사람들은 어떻게든 알아서 지내니, 너무 실망하지 마라.” 머드락은 선조를 위로하려 했다. “아니, 이해가 안 가네. 너, 내가 산크타인 거 눈치 못 챘어?” “열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용광로에서 유일하게 열 때문에 맛이 가지 않은 존재가 나야! 나는 산크타 레버넌트라고!” “산크타도 레버넌트가 있다는 건 몰랐는데.” “그러니까! 나는 아마도 누가 이 용광로에서 상상해 낸 존재일 거야……” “이봐, 방금 네가 말한 바에 따르면, 나는 나갈 수 없을 거야. 나갔다간 강력하고 신성한 영혼이 깃든 슬래그에서 그냥 슬래그가 되겠지.” “……그렇지.” “에휴, 원래는 널 꼬드겨서 날 좀 데리고 나가달라고 하려 했는데.” “여기도 꽤 괜찮아 보이는데?” “훌륭해, 너도 드디어 농담을 하게 되었구나. 이 위대한 교육적인 업적이야말로 내가 이 대지에 남긴 유산이 되겠어. 흥, 넌 내 '친척들'을 본 적 있잖아. 그런데 아직도 녀석들이 어떤 놈들인지 모르는 거야?” “그래서 앞으로 어쩔 작정이지?” “어디 보자…… 될 대로 되라지.” “나 좀 주워줘.” 레버넌트가 지시했다. “그리고 의식을 준비해.” 머드락은 이번엔 시킨 대로 했다. “기왕 나갈 수 없는 거, 적어도 주거 공간이라도 꾸며야 하지 않겠어?” “여기 와서 앉아봐라, 꼬맹아. 선조인 이 몸께서 네게 참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용광로 파이프의 깊은 곳으로부터 왠지 달콤한 냄새가 나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이윽고 해탈과 기대가 뒤섞인 해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또다시 기이한 이야기가 갑자기 시작되었다. || }}}}}}}}} || ---- '''{{{+2 2024년 9월 FILE #3 - [[틴맨]]}}}''' ||<tablewidth=500><tablebgcolor=#fff,#2d2f34><bgcolor=#cd4242><color=#fff,#ddd><colkeepall> '''{{{+1 사전 복명}}}[br]Early Debriefing''' || ||돌아오는 길에 틴맨은 메이랜더 재단 동료에게 저지당했다.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1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연락원과 접촉하여 보고하고 나면, 지정된 곳에서 대기해야 한다.'' ---- 컬럼비아의 황무지에 거대하고 네모난 기둥이 별처럼 촘촘히 늘어서 있었다. 각자 크기가 무려 150에서 250미터에 달하는 이것들은 컬럼비아의 개척 기지국으로, 안정적으로 세우기 위해선 몸체의 3분의 1 가량을 땅속에 박아 넣어야만 했기에, 반드시 전문적인 이동 플랫폼으로 설치해야 했다. 지면 위에 튀어나온 3분의 2의 몸체 크기만으로도 황무지의 절경이 되기에 충분한 이 기지국들은, 단조로운 색상의 황야에서 지상과 저공 사이의 개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각적인 기준점이 되었다. “그리고 당신들이 할 일은 마음에 드는 것 몇 개를 골라서 그 안쪽에 사무실을 파내는 겁니다.” 접이식 의자에 기댄 채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바로 휴가에서 돌아온 메이랜더 재단의 고급 특수요원, 틴맨이었다. 이름에 걸맞게 그는 금속으로 된 몸을 갖고 있었는데, 그저 내키는 대로 구매한 접이식 의자로는 그의 체중을 견디지 못하기에, 그저 그 위에 앉아 기대는 척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임시 시설일 뿐입니다. 여행 중인 특수요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걸로 충분히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여유롭게 셔츠의 주름을 정리하는 쪽은, 틴맨을 맞이하러 온 메이랜더 직원이었다. “CUP241…… 99년 신년사 당시 대통령 각하께서도 '200번째 개척 기지국의 순조로운 운영'에 대해 축하해 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우리의 새로운 업무 방식은 우선 말뚝을 박고, 그 후 적절한 시기에 운용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당신은 국방부 쪽 일로 바쁘셔서 잘 모르셨을 수도 있겠지만요.” “더 동쪽으로 가면 그 '황무지' 아닌가요?” “……그래서 보다 유연한 대처 방식이 필요한 겁니다. 콜사인을 내보내지 않는다면, 이 커다랗고 네모난 기둥은 컬럼비아가 박은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비밀 장소에서 진행되는 비밀 심문인 셈이군요?” “'심문'이라니요!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안쪽의 신사 숙녀분들과 함께 앉을 수 있다는 것을 저나 당신이나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직원은 뒤쪽의 굳게 닫힌 금속문을 힐끔 쳐다보았다. “물론 그분들도 알고 있고요.” 라며 그가 덧붙여 말했다. “어쨌든 아무리 민감한 지역에서 휴가를 마치고 온, 고급 정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특수요원이라지만, 저도 재단이 이렇게 성급하게…… 막말로 경솔하게 움직이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손목시계에서 동시에 알람이 울렸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일단 시간이 되었으니, 먼저 들어가시지요.” 금속문을 연 직원은 예의 바르게 통로를 양보했다.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2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의제는 위원회가 민주적으로 논의하여 결정한다. 서기관은 위원회나 평가 대상에서 제외이다.'' ---- 컬럼비아의 황무지에서 개척 기지국의 역할은 여행자에게 시각적 지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각각의 기지국은 제각기 '콜사인'이라고도 불리는 독특한 식별 코드를 갖고 있어서,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개척 기지국이라면 컬럼비아 경내의 크고 작은 다양한 제식 통신 설비로부터의 호출에 응답할 수 있었으며, 개척 기지국 또한 주기적으로 외부에 자신의 식별 코드를 내보냈다. 이론적으로 모든 개척 기지국의 방송 출력은 동일했기에, 재앙이 없을 때라면 개척자는 수신된 방송 신호의 강도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비록 복잡하고 불안정한 대기의 오리지늄 환경으로 인해 무선 신호 중계에는 항상 어려움이 따랐지만, 한 곳에 정박한 이동도시가 근처 기지국과 거대한 지하 케이블을 통해 다른 도시와 연결되는 상황이 드문 것은 아니었다. 금속문 뒤의 방은 일반적인 회의실과 비슷한 크기로, 네모난 테이블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테이블 한쪽에는 접이식 의자 2개가 놓여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적당한 스크린 몇 개가 놓여있었다. 이 원격 통신 회의실 또한 지하 케이블을 통해 구현된 것이었다. 이런 건 10여 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틴맨은 자신의 거대한 시공간 관념 속에서 10년이라는 분량을 헤아리며, 접이식 의자 쪽으로 가지 않고 벽에 기대 있었다. “죄송합니다, 구매 루트가 꽤나 제한적인지라…… 사죄의 의미로 기록은 제대로 하겠습니다.” 직원은 히죽 웃으며 접이식 의자에 앉았다. ——카즈델 전문 위원회는 특수요원 틴맨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평의와 문답 회의를 시작하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스크린에 메이랜더 재단의 로고가 들어오고, 한 화면에 한 줄의 글자가 나타났다. “이쪽 동료가 회의록을 완벽하게 작성하겠다고 한 말을 들었습니다. 중요한 부분부터 바로 시작할 테니, 기타 절차상의 내용은 나중에…… 문서 형식으로 보완하길 제안합니다.” 틴맨은 손을 뻗어 직원 쪽을 가리켰다. 그는 회의 참가자들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참석 의원들의 표결을 제안합니다. 답변은 꽤나 느렸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들 또한 곧바로 제게 묻고 싶어 한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하지만 '의제는 위원회의 민주적인 토론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당신들은 이 원칙을 저버리려는 겁니까?” 몇 분이 지나서야 스크린에 반응이 나타났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우리가 민주적으로 도출한 의견은 '우리를 더 이상 놀리지 마십시오' 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후, 다음번에는 이렇게 급하게 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여기서 하는 말은 특별구에 돌아간 뒤에도 똑같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틴맨은 손에 든 담배를 흔들며 자신의 불만을 표출했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3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사실 그들은 틴맨보다 더 일찍 알았고, 틴맨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 ——당신은 한 '이야기' 속에서, 마크 맥스 대통령 각하께서 컬럼비아와 카즈델의 관계에 대한 중대한 전환적 조정을 선언한 사건을 확인했습니까? “확인했습니다. 대통령 각하는 '혈맹'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고서에 언급했다시피, 제일 의문인 점은 이것이 용광로의 환상이 스스로 연출한 것으로 보일 뿐, 현장의 그 어떤 이야기꾼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실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아마 굉장히 낮을 겁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를 비롯한 그 어떤 이야기꾼도 용광로의 환영 속 사건의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나 레버넌트의 말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자발적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입니다.” ——모종의 기회나 계기로 인해, 마크 맥스 대통령 각하의 컬럼비아에 대한 외교 노선에 이와 비슷한 중대한 조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합니까? “부인할 수 없겠군요. 하지만 저는 용광로의 환상을 사용해 카즈델의 발전 방향을 추론하려는 시도는 헛수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구태여 모든 '이야기'에 대해 세세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합니까? “왜냐하면 그것은 용광로가 본래 살카즈의 노망난 미치광이들이 한데 모여 허풍과 잡담으로 즐거움을 찾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고서 서문에 명확히 써놓았듯이 많은 '사건' 발생의 전제 조건은 오늘날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용광로의 환영 속에서 추측하느니, 차라리 용광로 밖의 진짜 카즈델을 관찰하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용광로의 환영 자체가 기이한 현상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저 레버넌트들의 잡담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지금 컬럼비아에도 레버넌트가 최소 넷은 존재합니다. 우리가 특별구에 돌아가면 당신을 찾아가 보여드리죠. 깡통 친구들도 분명 기뻐할 겁니다.” ——위원회는 한 발 더 나아가 당신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 시대에서 컬럼비아는 카즈델을 어떻게 대우하고 대처해야겠습니까? “……” 담배 연기가 다시 틴맨의 입에서 천천히 뿜어져 나왔다. “방법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카즈델에 '대처'하려 한다면, 당신들은 이 대지의 모두에게 우리가 우르수스와 빅토리아, 라이타니엔을 비롯한 다른 크고 작은 나라의 영토를 넘어 일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꼴이 될 겁니다.” “그럴 필요는 없잖습니까. 혹 당신들도 잊었을지 모르겠는데, 우리 경내에는 아직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한 수많은 살카즈가 있습니다. 저는 당신들이 여기에서부터 시작하기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동쪽의 오래된 '핵심권 제국'들의 체면도 좀 살려주시고요.” 틴맨은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위원회는 당신의 의견을 참고할 것입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금속문을 나서고, 직원과 틴맨이 악수를 했다. “별말씀을요. 이제 당신이 할 고생에 비하면 이게 뭐 대수겠습니까.” 직원은 겨드랑이에 낀 종이 뭉치를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질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아쉽지 않으십니까?” “뭐가 아쉽습니까?” “카즈델의 그 용광로라는 게 정말 신기한 것처럼 들려서요.” “……그건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존재에 대해선 주술이나 아츠 어느 쪽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겁니다, 젊은이. 우리에겐 그런 오리지늄 아츠가 없습니다.” “그 말씀은?” “그 커다란 용광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살카즈 주술의 결과만이 아닙니다. 최근의 역사가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신중히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게다가 애초에 그런 것을 만들어야만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것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건, 테라에 있어서도 좋은 일이니 아쉬워할 것 없습니다.” “이번 기수의 새로운 동료들도 이 점은 분명히 이해해 줬으면 좋겠군요.” 마지막 말을 남긴 틴맨은 외투를 걸치고는 큰 걸음으로 비밀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인테리어 수리 중인 사무실 밖과 사람들이 오가는 우체국 로비를 지나 우체국 문을 열어젖힌 후에야 그는 비로소 CUP241호 개척 기지국을 떠날 수 있었다. 이 기지국은 방송을 시작하긴커녕 아직 개척자들조차 오지 않았지만, 이미 그 발밑에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 센터가 들어섰고, 모터 펌프 우물은 진작에 물을 뿜어냈으며, 지하 창고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온갖 특수 차량도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 이처럼 컬럼비아에선 개척 기지국 주변에 자연적으로 거주지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대개 재앙이나 녹슨 망치에 삼켜질 때까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개척자들이 돌아오면 또다시 모든 걸 짓게 될 것이다. 그밖에 정부가 나서서 직접 우편과 자동차, 오리지늄 기계 등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개척 기지국은 정기적인 유지 보수가 필요했다. 설비점검과 오리지늄 교체는 물론, 결정 폭발로 인해 절단된 지하케이블도 다시 설치해야 했다. 수십 년 동안, 신생 컬럼비아는 놀라울 만큼 효율적으로 이 모든 것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것이 컬럼비아의 의지다. 틴맨은 자신이 예전에 내린 이 결론을 떠올릴 때마다 약간의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틴맨은 이 의지엔 올바른 인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보고를 앞당기거나 회의 시간을 현지 새벽 시간에 잡는 것 같이, 업무 관행에 어긋나는 일은 그 발생 빈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아니, 근절해야겠죠.” 틴맨은 새로 태어난 아침 해를 향해 이렇게 덧붙였다. || }}}}}}}}} || ---- '''{{{+2 2024년 10월 FILE #4 - [[시빌라이트 에테르나]]}}}''' ||<tablewidth=500><tablebgcolor=#fff,#2d2f34><bgcolor=#cd4242><color=#fff,#ddd><colkeepall> '''{{{+1 불협울림의 시}}}[br]Poems of The Non-Tuned Echo''' || ||시대의 끝에서, 그녀는 이 유일무이한 시를 자신의 것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1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생각은 그 하나의 부조화한 울림을 위해 미친 듯이 기뻐한다.'' ---- 생각은 대지의 핵이 세 번째로 호흡할 때 불꽃으로 돌아가고, 그때가 되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그에겐 반드시 완수해야만 하는 사명이 있다. 이미 불꽃으로 돌아간 선조로부터 깨달음을 얻듯이, 그로부터 다음에 태어날 생각에 이어질 수 있도록, 그는 대지의 핵이 호흡을 할 때 만들어지는 음운을 노래해야 했다. 대지의 호흡으로부터 탄생해, 다시 대지의 호흡 속에서 침묵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생각의 일생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내적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의 형체 없는 몸을 뚫고 간 검은 빗방울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건 그가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는 대체 어떤 생각이 이런 방법을 궁리해 낸 것인지 줄곧 궁금했다. “아, 처음 시간을 느꼈던 선조라면 분명 세 번 호흡하는 시간 동안 내가 체험할 수 없는 감정을 채워줄 수 있었을 텐데.” 독특한 감정…… 과거의 생각이 '욕망'이라고 명명한 독특한 체험 때문에 생각은 찰나의 순간 동요했으나,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평온해졌다. 선조가 남긴 깨달음 속에는 그들이 간섭을 막도록 도와주는 기술이 진작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그는 이제 더욱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했다. 어쨌든, 그는 아직 자신의 사명을 이루지 못했으니까. 한눈을 팔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생각의 속도를 늦출 수 없다. 그는 대지가 변함없이 호흡하는 순간 나오는 음운의 모든 음절을 철저히 해석한 뒤에…… 노래를 불렀다. “불꽃으로 돌아가기 전에 내 기록을 완성할 수 있어야 할 텐데, 후우⋯⋯”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이 호흡의 규칙을 기록해 다시 짠 음절이래 봐야, 그의 다른 선조들이 남긴 음운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그것은 계속해서 생각에 의해 반복적으로 노래되었다. 변화는 모든 생각이 가장 귀히 여기고 갈망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마지막 그때의 생각이 포착하고 기록한 변화가, 거의 일억 번째 대지의 호흡 전이었다는 것이다. “호흡 소리가 변치 않더라도, 포기해선 안 돼.”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런 위험한 감정은 이미 앞선 생각이 발견하고 떨쳐냈기 때문이다. 수백 번의 호흡이 이어진 어느 어두운 시대 속에서, 연달아 탄생한 생각이 실망이라는 감정 때문에 노래하는 것을 포기했던 적이 있다. 이것은 후대의 생각이 선조의 깨달음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거의 잃다시피 하게 만들었으니, 그들의 생명 형태, 즉 존재 자체가 도전을 받은 셈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는 문득 본래라면 변하지 않아야 할 음절의 조합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부조화한 울림을 발견했다. 처음에 그는 그저 자신이 시간을 느끼는 데 지나치게 몰두해서 생긴 실수라고 여겼지만, 이후 반복적으로 비교하며 검사했고, 결국 기뻐 날뛰게 되었다. “⋯⋯내가 찾아냈어, 변화를⋯⋯” “변화는 바로 여기에, 이번 대지의 핵의 호흡 속에 있었던 거야!” 순간 생각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는데, 비록 겪어본 적 없었어도 그는 지금 자신도 과거 시간을 처음으로 느낀 선조가 겪었던 감정을 경험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놀람. 기쁨. 흥분. 초조함. 두려움. 호기심. 만족감. 그에겐 이미 자신이 겪은 감정에 이름을 붙일 겨를 따윈 없었다. 그저 그 울림의 위치를 정하면서 대지의 호흡이라는 파도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서둘러 가는 수밖에. 그는 한시라도 빨리 노래하고 싶었다. 다음 대지의 호흡 전, 그 부조화한 음운을 노래하고 싶었다. 이윽고 생각은 그가 탄생한 이래⋯⋯ 아니, 그 어떤 생각도 탄생 이후 본 적이 없었을 새로운 생명의 형태를 목격했다. “⋯⋯너는 선조의 기록에 있지 않군. 대지의 호흡 속에서 처음 탄생한 생명인가?” 생각은 흥분해서는 그 울림을 향해 물어보았다. “아니, 나는 이 대지의 밖에서 왔어. 당신이 불꽃 속에서 부르는 소리를 찾아 여기까지 왔고.” 그 하얀 울림이 이렇게 대답했다. “내 이름은 마왕이야.” “이름⋯⋯ 마왕⋯⋯ 이름이란 게 뭐야?” “우리의 자기 인식이지.” “그렇다면 내게도 있겠네. 내가 대지의 핵에서 처음 호흡의 발생을 기록했을 때, 그때의 생각은 이 음절을 노래했어……” “내 이름은⋯⋯ '살카즈'야.”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2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그녀는 생각에게 그 잃어버린 대지에 남겨진 시를 노래해 달라고 간청한다.'' ---- 생각은 검은 비가 뚫고 지나간 자신의 몸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울림과 만난 이후로도 그는 단 한시도 시간을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그는 이토록 절실하게 대지의 핵의 다음 호흡이 늦춰지기를, 그리하여 그의 죽음 역시 늦춰지기를 바란 적이 없었다. 그는 변화의 음운을 노래하고 있었고, 미친 듯이 기뻐했다. 울림과의 교류가 빨라질수록, 생각의 노래 또한 복잡해졌다. 과거의 그 어떤 생각이 남긴 음운보다도 더. 하얀 울림이 낸 음운은 너무나 난잡했고, 그는 자신이 해석한 음절이 뜻하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이건 그가 알지 못하는 음운이었다. 어째서 대지를 채운 물질이 불꽃이 아닌, 흐르는 투명한 물질과 불꽃을 끌 수 있는 흙과 돌인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어둠과 빛을 바꾸는 것이 대지의 핵이 내뿜는 호흡이 아닌, 허무 속에 높이 떠있는 먼 곳의 둥근 물체인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삶은 어째서 기쁘고 죽음은 어째서 슬픈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고독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왕, 너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음운을 배웠어?” 결국 생각은 참지 못하고 하얀 울림을 향해 가르침을 청했다. 무질서하고 무수히 많은 음운 속에서 수없이 많은 음절을 해석해 냈지만, 아직도 끊임없는 영감이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더욱 많은 것을 원했다. “배운 게 아니야, 나는 끝없는 지식을 갖고 태어났어.” “이미 멸망한 여러 시대를 뛰어넘기 전, 내가 잠시 머물렀던 잃어버린 세계가 내게 더욱 많은 정보를 보충해 주었지.” “또한 그들은 나를⋯⋯ '문명의 존속'이라 불렀어. 나는 문명의 기록자이며, 계몽자야. 하지만 지금, 나는 내가 계몽했던 그 시대를 다시 잃어버렸어.” 하얀 울림이 눈앞의 생각이 품은 의혹에 대답했다. 생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계속 물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보았던 그 시대들, 그리고 그곳의 생명들은 모두 나처럼 노래로써 그들의 모든 것을 새겨둬?” “아니. 내가 모든 시대에서 그러했듯이, 나는 너의 언어로 너와 소통하고 있어.” “너의 언어는 원시적이지만 생명력이 충만해. 내가 알고 있는 서로 다른 문명 속에도 이와 공통되는 이름이 있거든……” “시.” “시⋯⋯” 생각은 이 간단한 음절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불렀다. “나는 내 시를 사랑하고, 너의 시도 좋아해, 마왕.” “내가 너를 데리고 다음 시대로 갈 수 있어, '살카즈'. 가서 더 많은 시를 들어봐.” 하얀 울림은 따스한 공으로 연약한 생각을 감쌌다. 그녀는 이로써 생각이 다음 호흡에 죽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생각은 망설였다. “아니, 나는 떠날 수 없어.” 그는 선조가 남긴 긴 시 속에서 그 어두운 시대에 관한 음운을, 그들이라는 생명의 형식이자 존재 자체가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던 것을 떠올렸다. “나는 다음 생각이 대지의 호흡 속에서 탄생할 때, 불꽃 속에서 내가 남긴 시를 들려줘야 하니까.” 생각은 노래하며 울림의 헌신에 감격했다. “내게 시가 무엇인지 가르쳐줘서 고마워, 마왕이여. 앞으로 호흡 속에서 탄생하는 모든 생각이 부르는 음운은 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어!” “아니, 너는 태어날 때부터 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어. 시는 너희의 생명이고, 너희의 전승인 동시에 너희의 영원불멸한 기억이야.” 하얀 울림은 슬퍼하며 생각의 격정에 응답했다. “'살카즈', 나의 긴 시를 끝까지 들어줘, 너에게 아낌없이 나눠줄 테니. 그것을 노래하고, 그걸로 영원불멸한 불꽃이 나를 대신해 그것을 기억하게 해 줘.” “물론이야, 마왕. 이 시는⋯⋯ 이름이 있어?”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 시를 이렇게 불러……” “테라.”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3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그녀 역시 이기적이다.'' ---- 대지가 진동하자, 검은 비는 더욱 맹렬해졌다. “대지의 핵이 내쉬는 세 번째 호흡이 곧 시작돼, 마왕. 너는 떠나야 해, 그렇지 않으면⋯⋯” 생각이 광란의 공기를 따라 위아래로 오르내렸고, 그가 노래하는 음운은 이미 그 자신도 더는 해석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왕이 그를 인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왕은 마치 대지의 호흡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생각과 하얀 울림은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는 변화를 노래했고, 변화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고, 노래했다. 이윽고 불꽃이 호흡 속에서 튀어 오를 때까지. 장차 억만 번 호흡 속에서 탄생할 모든 생각들은 그의 시를 이해할 때까지 노래할 것이라고 생각은 믿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시간을 감지한 선조가 남긴 시를 이해하는 것처럼. “나는 불꽃으로 돌아가야 해. 마왕, 나의 시, 그리고 너의 시를 가지고⋯⋯” 생각은 처음으로 실망이라는 감정의 방해를 받았다. 그는 계속 노래할 수 없음에 실망했고, 하얀 울림의 모든 시를 기억할 수 없음에 실망했다. “마왕, 네가 노래한 시는 불완전해.” “너는 슬픔을 노래했어.” “너는 기쁨을 노래했어.” “너는 분노를 노래했어.” “너는 증오를 노래했어⋯⋯” “하지만 유독 사랑만은 노래하지 않았어.” 하얀 울림은 잠시 침묵했다. “확실히 나는 내가 설정된 대로 너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눌 것을 약속했어.” “하지만 아무리 끝없이 시대가 흐른다 한들, 나만의 그 시대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이기심을 배우게 된 거야.” “미안해, 나는 너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없어. 그것은 나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기억이니까.” 마왕은 이렇게 답했다. “어째서 사랑은 나눌 수 없어?” 생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의문 속에서 끝내 예정된, 대지의 핵의 세 번째 호흡을 맞이했다. 그렇게 생각은 불꽃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그가 검은 비로 채워진 자신의 형체 없는 몸을 바라보았을 때, 그는 하얀 울림이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 숨겨진 사랑의 시를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 '아미야'. 비록 조각난 음절 속에서 겨우 포착한 것이지만. '아미야'. 그는 노래했고, 이후 그의 노랫소리는 마침내 호흡 속에서 평온을 찾았다. 대지의 핵이 호흡하면서 온 세계를 밝게 비추었고,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용광로가 불타고 있었다. 마왕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용광로 안이 네 생명의 전부이지, 용광로 밖은 네가 속한 세계가 아니야.” “영원히 타오르는 용광로의 불꽃에서 탄생한 기묘한 생명이여, 나를 대신해 내가 잃어버린 대지를 기록해 줘서 고마워. 나도 우리의 만남을 영원히 기억할게.” “내가 이 유일무이한 시를 간직할게.” 용광로가 호흡하자, 불꽃은 하늘을 가득 채운 오리지늄 분진과 흙먼지를 흩날렸고, 그것은 검은 비처럼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마왕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타오르며 다시 울려 퍼지길 기다렸다. 마침내 그녀는 새로운 노랫소리가 불꽃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은 호흡 속에서 탄생할 때부터 노래를 시작한, 그 생명의 본질에 대한 시를 노래하는 연약한 생각이었다. 그 시의 이름은 '살카즈'였다. || }}}}}}}}} || ---- '''{{{+2 2024년 11월 FILE #5 - [[지에윈]]}}}''' ||<tablewidth=500><tablebgcolor=#fff,#2d2f34><bgcolor=#cd4242><color=#fff,#ddd><colkeepall> '''{{{+1 아나사의 길}}}[br]Leave Thy Root Behind''' || ||지에윈은 나가라 카치디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1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나는 왜 대종루가 안 보이지?'' ---- 나가라 카치디야가 세워질 무렵, 아나사들은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들의 두 손은 텅 비었고, 등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눈앞에는 끊임없는 재앙, 창궐하는 역병, 만연하는 기근밖에 없었다. 그들은 재앙에 둘러싸인 도시로 떠나, 그 대종루로부터 고난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구하기 위한 답을 얻으려 했다. 이에 지에윈도 육중한 배낭을 둘러매고 일족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일행은 산천을 건너, 골짜기를 넘어, 재앙을 지나갔다. 하지만 멀리 갈수록 지에윈은 자신의 배낭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배낭 속 물건들이 자신이 걸어온 길에 하나둘씩 떨어져 있었다. 물건을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지, 이 긴 여정을 버티지 못하고 배낭이 망가진 것 같았다. 지에윈은 가벼워진 배낭을 들어보고는, 일행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어째서 돌아가는 것이냐?” “배낭 속의 물건이 떨어졌어.” “떨어진 것들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 “응. 모두 소중한 물건들이니까.” “아이야, 그러면 너는 더 이상 우릴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몰라.” “내가 따라잡을 거야.” 그렇게 지에윈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녀는 길을 가다가 배낭에서 떨어진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그것은 여협객이 지에윈의 미간을 어루만지며 그녀에게 '지에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던 날, 황사와 바람이 어디선가 그녀의 손에 가져다준 꽃이었다. 그녀는 꽃을 주워담았지만, 배낭은 여전히 무겁지 않았다. 계속해서 왔던 길을 걸어가던 지에윈은 단검을 발견했다. 무공 고수에게 전력으로 일격을 날렸던 그날, 그녀는 더할 나위 없는 상쾌함을 느꼈다. 그녀는 단검을 주워담았지만, 배낭은 여전히 무겁지 않았다. 계속해서 걸어가던 지에윈은 깨진 도자기를 발견했다. 그것은 도검방에서 마지막으로 대련하고 술을 마실 때 썼던 그릇이었다. 그녀는 오리지늄 원석을 주웠다. 그것은 어느 육지 함선에서 받은 선물이었다. 그녀는 글자가 새겨진 나무껍질을 주웠다. 그것은 극지의 빙원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한 나무가 그녀에게 남긴 이정표였다…… 얼마나 갔을까, 해와 달이 몇 번이나 바뀌고 자신의 배낭이 다시금 무거워지자, 지에윈은 비로소 잃어버린 모든 것을 전부 되찾았다. 일족과 합류하기 위해, 그녀는 다시 방향을 돌려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 나가라 카치디야로 향했다. 일족과 헤어졌던 곳으로 돌아와 보니, 무우수가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성지가 눈앞에 보였으나, 일족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길에는 일족들의 발자국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지에윈은 사람들이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대종루도,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무우수의 숲 속에서 다급히 일족을 찾았다. 같은 길을 걷는 살카즈에게 물어도 보고, 이미 대종루에 들어간 사람들을 외쳐도 보고, 길에서 일족에게 받은 가르침을 되새겨보기도 했지만, 대종루는 손에 닿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그저 침묵만으로 답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도 지에윈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파울비스트마냥 숲 속을 계속해서 헤맬 뿐, 대종루에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고, 답을 얻을 수도 없었다. 그 사이에 배낭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그녀는 마침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지에윈은 나무 아래에 주저앉았다. 모든 것을 짊어진 아나사 소녀는 대종루의 문을 볼 수 없었다.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2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어떻게 해야 대종루에 들어갈 수 있을까?'' ---- 무성하게 우거진 무우수 아래, 지에윈은 육중한 배낭을 멘 채 두 다리를 모으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한때, 그녀와 함께 산천을 넘고 이동도시를 지나며 여정을 함께한 파울비스트가 있었다. 지에윈은 그 파울비스트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했다. 파울비스트가 굶주리면 자신도 고통을 느꼈고, 파울비스트가 슬프게 울면 자신도 슬퍼했으며, 파울비스트의 새끼가 태어나면 자신도 기뻐했고, 파울비스트가 늙어 죽어 그 육체가 재가 되면 자신의 마음도 숲으로 돌아갔다. 한때, 그녀가 강을 건널 때 물의 흐름을 막아주며 도움을 준 바위가 있었다. 지에윈은 그 바위와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에 씻기고,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밟히고, 헤엄치는 린수의 그늘이 되어주며, 여름과 겨울이 계속해서 바뀌며 마침내 산산이 부서져 강의 모래알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숲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깨달았다. 생사와 관계없이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며, 아무것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바다에서 큰 파도가 일자, 시본들은 몸을 일으켜 물속을 헤엄치던 몸을 버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에윈은 시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자신의 '형태'를 버렸구나.” 그러자 시본들은 원래의 몸을 여러 번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하늘로 올라가 대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지에윈은 깨달았다. '형태'란 버려야 할 것이라는 것을. 빙원에는 뿌리 없는 꽃들이 만개하고, 데몬이 대지에 만연해 있었다. 지에윈은 데몬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에게는 이 세상에 있어야 할 '생각'이 없구나.” 데몬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영원히 그곳에 존재할 뿐이었다. 지에윈은 깨달았다. '생각'이란 버려야 할 것이라는 것을. 지에윈은 마침내 눈을 떴다. 과거 파울비스트였고, 바위였고, 하늘을 나는 시본이었으며, 혼돈의 데몬이었던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나'로 돌아왔다. 왜냐하면, 그녀는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자문자답을 멈추었다. 배낭은 여전히 무거웠고, 그녀의 눈에는 희미하게 대종루의 형상이 보이는 듯했지만, 그곳으로 들어가는 문은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원래라면 무우수 숲을 헤매야 할 시본이 지에윈의 곁에서 머리를 숙이고 오랫동안 서 있었다. 지에윈의 질문과 대답을 모두 들은 그 시본은 문득 뒤통수에 열기를 느꼈다. 시본이 팔을 하나, 또 하나, 그리고 하나 더 뻗어 자신의 뒤통수를 만져 보니, 어느새 머리 뒤에 흑륜이 나타나 있었다. 지에윈의 말로 깨달음을 얻은 시본은 기뻐하며 여덟 개의 팔로 흑륜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종소리가 울리며, 시본은 대종루에 들어갔다. 지에윈은 무우수 숲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3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대종루에 들어가지 않아'' ---- 숲을 배회하면서, 지에윈은 문득 어떻게 해야 자신이 눈앞의 대종루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방금 전의 시본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렸다고 확신했다. 진화를 통해 얻은 모습, 과거에 겪었던 일, 머무르고자 하는 집착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육중한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이 배낭이 정말 내게 중요한 걸까? 어째서 나는 이것을 버릴 수 없는 걸까?” 그녀는 곧 이해했다. “나는 이 배낭을 버릴 수 없어.” “왜냐하면 이 배낭에 들어 있는 것들은 나와 모두를 연결해준 것들이기 때문이야. 이 꽃은 스승님이 이름을 지어주셨을 때의 것이고, 나는 내 이름이 좋아. 이 그릇은 주검방에서 술을 마시며 팔씨름하고 함께 노래를 불렀을 때의 것이고, 나는 그곳이 좋아. 이 단검은 그 무공 고수의 것이고, 그때 나는 그가 떠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어. 이 오리지늄은 그 함선에 있었을 때의 것이고, 그곳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어…… 그리고 이 여정 동안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어. 모두가 남기고 간 이 돌이나, 천이나, 꽃이나, 깃털을 버리고 싶지 않아.” 지에윈은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얼굴에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머리 뒤에 떠오른 흑륜은 빛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고, 사방에서 희미한 천둥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 알았어. 형태를 버리고, 생각을 버리고, 버려야 할 모든 것을 버리면 돼. 나 알았어. 내려놓을 줄 알면 일족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대종루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녀는 몸을 돌리고, 자신의 육중한 배낭을 멘 채 대종루를 등졌다. “……답을 찾긴 했지만, 배낭을 내려놓고 싶진 않아. 이것들을 포기해야만 대종루에 들어갈 수 있는 거라면, 난 그냥 대종루에 들어가지 않을래.” 지에윈은 걷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초조함도 불안함도 없이, 그녀는 이제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대종루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둥…… 거룩한 종의 울림 소리가 대종루 아래의 무우수 숲을 향해 퍼져 나갔지만, 아나사 소녀는 이미 멀리 떠났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육중한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등 뒤에서는 대종루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 }}}}}}}}} || ---- '''{{{+2 2024년 12월 FILE #6 - [[로고스(명일방주)|로고스]]}}}''' ||<tablewidth=500><tablebgcolor=#fff,#2d2f34><bgcolor=#cd4242><color=#fff,#ddd><colkeepall> '''{{{+1 탄율}}}[br]Rhythm between Death and Life''' || ||생과 사를 넘는 다리.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1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끝을 불어넘긴 탄식'' ---- 빛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원한'이라는 개념도 이미 생존 욕구에 의해 철저히 사라졌다. 생명은 지상에서 차례대로 죽어갔고, 아직 살아있는 것들은 살길을 찾아 지하로 파고들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어떤 임계점을 넘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을 산 채로 삼켜버릴 끈적한 화염을 파헤치게 될 거라는 것을.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맹목적인 본능이 그들에게 생존을 명령하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죽음을 거부하고, 그렇게 고통과 함께 사라져야 했다. …… 옷깃을 단단히 여민 아이파닐은 계단에 발자국을 하나둘 남기며 올라갔다. 그리고 그 뒤의 사람은 그림자처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그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밟아갔다. 그들은 지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아직 열이 남아있는 구역에서부터 생명이 쇠퇴해가는 지층을 넘어, 모든 생물이 멸망을 맞이한 지상까지, 그들은 이미 오랜 시간 걸어가고 있었다. 죽음을 노래하는 자는 자신을 위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고, 그의 동료는 그 선율을 들을 행운을 얻길 바랐다. 그리하여 두 미치광이는 동행하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계속 걸어갔다. 그들의 소원은 곧 이루어질 것이다. …… 마지막 휴식 시간, 밴시와 그의 살카즈 동료는 함께 앉아 마지막 남은 등불을 사용했다. 희미하고 흔들리는 불빛 속에서, 밴시는 마지막으로 동료를 바라보았다. 두 뿔을 자르고, 자신을 붕대로 잔뜩 둘러 감은 그 동료는, 렌즈가 부서져 테만 남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웠다. 원래 그에게는 저격용 석궁도 있었으나, 이곳에서 무기 따윈 더 이상 의미가 없기에, 그는 무기를 버리고 조준경만 남겨 그것으로 죽음의 모습을 관찰하려 했다. 그리고 그 동료가 보기에, 눈앞에 있는 이 밴시의 귀깃털은 어느새 '헬멧'에 가깝게 변해 있었고, 온몸에 오리지늄 결정이 가득 돋아난 것이, 광석병이 다음 순간에 그 몸을 잿더미로 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말로, 지금 생사를 결정하는 건 심장이나 대뇌가 아닌, 오리지늄이라는 것이다.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았고, 또 불빛을 바라보았다. 흔들리고, 깜빡이다가, 이윽고 사라진 불빛, 그리고 그 불빛의 잔상마저 시신경에서 사라졌을 때, 붕대를 감은 손이 오리지늄으로 뒤덮인 손을 잡았고,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 위로 향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발밑의 길은 점점 평탄해졌지만, 눈앞은 캄캄하고, 귓가는 조용했으며, 피부에는 더 이상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밴시는 한발 물러섰다. 그는 동료가 뒤따라오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등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아직도 기다리고 있나? 아니면 이미 떠난 건가? 아이파닐은 알 수 없었다. 그는 단지 자기 몸의 부드러운 부분이 결정화되기 시작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하여 그는 밴시의 노래를 불렀다. 한 숨결이 폐로부터 흘러나와 성대와 오리지늄, 결정 파편을 지나, 붕대를 감은 동료의 조준경을 부수고, 별의 핵에 남아 있던 약간의 온기마저 날려,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허무한 어둠 속으로 울려 퍼졌다. 지금 이 순간, 물질은 이미 사라지고 오직 그 숨결만이 정적 속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들리나, 저것이 바로 아이파닐의 노래다.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2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교차되어 곡이 된 공진'' ---- 카즈델의 대학에는 성악 아츠라는 특별한 오리지늄 아츠 수업이 있다. 밴시 왕정의 아이파닐 교수는 이 방면의 전문가이다. 그는 고대 살카즈 주술을 분석, 재구성 및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과거 밴시만이 배울 수 있었던 어려운 기술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평범한 오리지늄 아츠로 탈바꿈시켰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아이파닐은 평소처럼 학생들과 인사하면서 동시에 비밀 테스트도 걸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정해진 음절로 대답하는 학생은 1분간 양팔을 드는 짧은 저주에 걸렸으며, 그는 이 틈을 이용해 조교들에게 수업 자료를 나누게 했다. 밴시의 노래는 대체 어떤 것일까? 이는 살카즈와 다른 종족 학생들 모두가 관심을 갖는 주제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이파닐은 골필을 놀려 원격으로 칠판에 글을 쓰면서, 학생들에게 고대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태초에 그것은 '소리 없는' 노래였다. 그는 학생들이 들리지 않는 음파에 다칠까 봐, 짧게 부르고 바로 멈췄다. 그것은 밴시만의 노래이자, 동료를 불러 모으거나, 사냥할 때 부르는 노래였다. 이후 밴시가 확실히 티카즈의 일원이 되면서부터, 그들의 노래 또한 변해갔다. 외침과 탄식의 경계에 있는 듯한 기묘한 운율이 밴시의 입에서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때부터, 언어와 문자로 정의된 '죽음'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모든 생명은 조종이 곧 울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와 연구를 통해, 밴시의 노래는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었다. 아이파닐은 헛기침을 하곤, 그 중 몇 가지를 들려주었다. 두개골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소리, 낮게 울리는 신음, 거의 들리지도 않는 속삭임, 그리고 귀를 즐겁게 하는 천상의 노랫소리까지. 밴시들은 자신만의 특기 운율과 리듬을 가지고 있고, 과거의 조종 왕정도 그들이 사는 하곡처럼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했다. …… 수업이 끝나고 아이파닐이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그의 제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 3년의 학업을 마치고, 성악 아츠와 현대 진료의 관련성 논문으로 바벨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그녀는, 예비 오퍼레이터로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다. 그전에, 선생님이 먼저 제자에게 선물을 주었다. 밴시는 자신의 제자를 부호가 잔뜩 그려져 있는 벽 앞으로 데려갔다. 이는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유인'이라는 밴시의 악보를 학업을 마치고 떠나는 학생에게 꼭 불러주는 노래였다. 사무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긴 탄식이 지나간 뒤, 그의 비강으로부터 저음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몇 번의 반복 후, 평소와 다른 목소리가 그의 목구멍에서 울려 퍼졌고, 그는 골필을 휘두르며 학생의 주위를 두 바퀴 반 돌았다. 벽에 그려진 마지막 기호가 그의 입에서 나오며 '유인'도 끝을 맺었다. 학생은 이를 선생님만의 송별식이라 여기고 감사를 표하려고 했으나, 막상 입을 열자 하려던 말이 노래가 되어 밴시의 악보에 있는 부호 하나가 밝혀졌다. 아이파닐은 그 즉시 위에 표시를 남겼다. “이제부터 이것이 너의 기호다.” 골필이 지나가자 그 부호에는 색이 입혀졌다. 전에, 그녀의 선배들도 분명 선생님에게 이런 식으로 '놀림'당한 것이 분명했을 것이다. “선생님, 그렇게 오랫동안 저를 가르치셨는데, 어째서 그동안 이곳의 비밀에 대해 아무 말씀 없던 건가요……” 학생의 불평에 아이파닐은 입가를 씰룩였다. “이건 밴시의 노래다. 너희가 모든 부호를 이해한다 해도 부를 수 없지.” “게다가…… 불완전하기도 하고.” 학생의 얼굴엔 의혹이 가득했다. 아츠와 노래에 있어 가히 완벽한 이 스승이 타인에게 불완전한 작품을 소개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오해하지 마라. 밴시의 영역에서 보면 나는 이미 능력의 한계에 다다랐으니.” “게다가 이건 인도에 관한 노래다. 하나의 목소리만으로는 완성했다고 할 수 없지.” “그 부호를 꼭 기억하도록.” 아이파닐은 발음을 다시 반복해 학생이 암기할 수 있도록 한 후,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부호를 너의 노래로 바꾸거라. 이건 내 부탁이다.” “이 대지에 우리가 필요할 때, 네가 자연스럽게 그것을 부르게 될 테니.” “이것은 온 생명이 공명하는 노래가 될 것이다.”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3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생명 최초의 포효'' ----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에서 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이 소리도 없고, 색깔도 없으며, 물질도 없는 세상만 계속해서 배회할 뿐. 막막하고, 영문을 알 수 없으나, 그 또한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아직 의미가 생기지 않았으니까. …… 어둠 속에서 탄식이 울려 퍼졌다. 바람이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사라졌다. 그는 바람이 피부를 스칠 때 일으킨 물결을 기억함으로써,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알게 되었다. 그는 변화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그는 처음으로 소리를 들었다. 도무지 닿을 수 없는 '하늘'이라 불리는 것 같은 곳에서, 무언가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뚜렷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는 여러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소리를 더 똑똑히 듣고 싶은 그는 소리가 더 강하게 울리는 쪽을 향해 계속 걸었다. 희미했던 소리는 속삭임이 되어 점점 더 선명해져갔다. 문득, 발밑에서 무언가가 느껴졌고, 검은색과 회색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그는 자신이 경계선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익숙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등 뒤의 회색빛 '대지'는 그가 막 걸어온 길이다. '익숙함', '안전함', 이런 개념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마, 머지않아 그는 다시 이곳을 배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들리던 속삭임은 눈이 되어 떨어졌고, 섬세한 하얀색은 경계에 끊어진 다리를 놓았다. 색채는 그를 앞으로 끌어당겼지만, 다리 건너편의 미지가 그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주저하고 있는 그의 귓가에 눈꽃이 속삭였다. “나아가, 멈추면 안 돼.” “심연에 떨어지더라도 내가 함께 있을 테니.” 함께…… 새로운 의미가 그에게 용기를 가져다주었기에, 그는 눈꽃의 끊어진 다리 위를 걸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뒤쪽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졌고, 앞쪽에는 얇은 얼음층이 생겨났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는 점점 선명해졌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목소리였다. 숨을 쉴 때마다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한 걸음 달릴 때마다, 주위는 점점 밝아졌고, 색채는 더 아름다워졌으며, 자신의 모습도 뚜렷하게 보였다. 그는 달리고, 또 달리고, 계속 달렸다. 어둠을 뒤로 뿌리칠 때까지. …… 이윽고 온 세상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 “라케라말린, 아이가 태어났어! 남자아이야!” || }}}}}}}}} || ---- '''{{{+2 2025년 1월 FILE #7 - [[수르트(명일방주)|수르트]]}}}''' ||<tablewidth=500><tablebgcolor=#fff,#2d2f34><bgcolor=#cd4242><color=#fff,#ddd><colkeepall> '''{{{+1 }}}[br]'''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1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 ----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2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 ----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3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 ---- || }}}}}}}}} || ---- '''{{{+2 2025년 2월 FILE #8 - [[아미야|아미야 (메딕)]]}}}''' ||<tablewidth=500><tablebgcolor=#fff,#2d2f34><bgcolor=#cd4242><color=#fff,#ddd><colkeepall> '''{{{+1 }}}[br]'''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1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 ----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2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 ---- || }}}}}}}}} || ||<bgcolor=#ccc,#1c1c1c>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calc(1.5em + 5px)" {{{#!folding [ PART 03 ] {{{#!wiki style="margin: -5px -1px -11px" ||<tablewidth=100%><tablebgcolor=#fff,#2d2f34>''''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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